
강아지공장 10년, 아직도 ‘가짜’ 위에서 싸운다
부제: 유기견 폭증 프레임, 왜곡된 통계, 실패한 해법이 또 다른 문제 만든다
글/박병준 기자 ---지난호 동일
필자가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온라인 신문 '시사통신'과 펫저널 지난호에 기고했던 ‘강아지공장 10년의 기록’ 기사가 의외로
높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사통신의 경우 일주일 넘게 포털 순위권에 머물다 결국 1위까지 올라섰고 펫저널에 기고한 글은
업계의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긍정적 호응을 받고 있다.
시사통신 글의 경우 두 개의 댓글이 달렸다. 농장 비판 댓글에는 ‘싫어요’가 더 많고,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를 비판하는 댓글에는
‘좋아요’가 몰린다. 이유는 분명하다. 가짜뉴스에 기반한 주장과 사실에 기반한 주장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점이 있다
이제 독자들은 사건 자체보다 댓글의 내용과 맥락을 읽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은 농장을 ‘악’으로
인식한다. 동시에 동물보호단체를 향한 시선 역시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불법 농장이나 개인의 동물 학대 사건은 반복적으로 조명되지만, 일부 동물보호단체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와 시민 피해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 대중은 사건을 기억하고, 반복은 인식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언론은 불법 농장과 개인 학대를
하나의 범주로 묶고, 합법 농장까지 동일한 문제 구조로 인식하게 만든다.
반면 동물보호단체의 구조 활동은 일부 범죄 사실에도 불구하고 ‘선’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이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는 이미 반복되어 왔다.
한 사설 보호소에서 300여 마리의 개를 단 한 명이 관리했다. 방송에서는 ‘동물 천사’로 포장됐고 후원이 쏟아졌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오랜 기간 ‘학대 공간’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수년 뒤 운영자는 ‘호더이자 학대범’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시간이 지나자 같은 보호소는 다시 ‘선한 공간’으로 소비됐고, 후원은 반복됐다. 비판과 미화, 분노와 후원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그 보호소는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학대 논란 속에서도 “개만 살려 달라”는 호소로 후원을 이어 가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까지 대출을 받아 후원하는 현실이 이어진다.
이것이 ‘구조’라는 이름이 만들어 낸 왜곡된 면죄 구조다. 더 큰 문제는 분명하다. 사람들은 ‘구조’라는 이름만으로 너무 쉽게 신뢰하고,
너무 쉽게 면죄부를 준다는 점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여론은 분명 달라졌다. 이제는 시민들 역시 동물보호단체의 ‘두 얼굴’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은 여전히 비껴 가고 있다.
같은 시기 보도된 ‘죽은 개 2마리와 구조된 강아지’ 단독 기사는 단숨에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개들은 ‘품종견’이 아니었다.
유기견도, 펫샵도, 생산자도 아닌 자연 번식으로 이어진 들개 계열이었다. 이 지점이 지금 한국 반려동물 정책의 가장 큰 맹점이다.
‘연 3~5회 번식’, ‘군포 사건’, 가짜뉴스가 만든 10년
매년 반복되는 뉴스가 있다. “여름 휴가철, 명절 연휴 유기견 급증.” 그러나 현장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안다.
그 개들 상당수는 ‘버려진 개’가 아니라 이미 야생화되었거나 여러 세대를 거친 들개와 방견의 후손이다. 몇 마리의 지킴이 개에서
시작된 번식이 1~2년 만에 수십, 수백 마리로 확산되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책과 여론은 여전히
“사람이 버렸다 → 유기견 증가”라는 단순 구조에 머물러 있다.
지난 10년간 반복된 대표적 주장이 있다. ‘강아지공장 연 3~5회 번식’, ‘연 20만 마리 유통, 10만 마리 유기’. 그러나 이 수치는
과학적·현실적 근거가 부족한 채 확산된 대표적인 가짜뉴스에 가깝다.
문제는 이 왜곡된 숫자 위에서 정책과 입법, 여론이 형성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 사건이 있다.
2018년 ‘군포 어미개 망치 사건’이다. 동물보호활동가가 개농장의 잔혹성이라며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하며 머리가 함몰된 채
젖을 먹이는 어미개의 영상을 유포했다. 21만 명이 국민청원에 참여하며 전국적인 분노가 일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해당 영상은 2016년 태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영상으로 밝혀졌다. 명백한 가짜뉴스였다.
그럼에도 유포자에 대한 처벌이나 책임은 없었다. 진실보다 선동된 감정이 앞섰고, 현장의 종사자들만 ‘개백정’으로 낙인 찍혔다.
국가기관까지 동원된 이 사건은 사실보다 자극이 우선되는 사회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 준다.
‘루시법’, 선의로 시작해 구조를 놓치다
거짓은 책임지지 않고, 그 피해는 전혀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구조.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같은 일은 반복된다. 또한
입양 시기를 놓친 일부 품종견들은 버려지기보다 유기견으로 둔갑, 신종 펫샵이나 유사 보호소에서 ‘책임비’, ‘교육비’ , '보호비',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더 높은 비용에 거래되는 왜곡된 시장으로 흡수되고 있다.
잘못된 전제 위에서 만들어진 해법은 결국 또 다른 왜곡을 낳는다.
이른바 ‘한국형 루시법’ 역시 마찬가지다. 취지는 분명하다. 동물복지 강화와 무분별한 번식 억제가 그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획일적인 번식 기준, ▲현장 전문가 배제, ▲책임 없는 관리 기준, ▲농장이 버틸 수 없는 구조 등의
현실적 문제가 녹녹치 않은 것이다.
결국 농장은 무너지고, 남은 개들은 시 보호소, 열악한 사설 보호소, 무책임한 입양, 혹은 해외 입양 시장으로 떠밀릴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유기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 원인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진짜 한국형 루시법’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동물단체 vs 생산자”, “선 vs 악” 구도로 접근하는 순간 해법은 사라진다. 10년이 지난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현업 종사자, 수의학·번식 전문가, 행정, 입법기관이 함께하는 공개 포럼과 검증 과정 없이 일방적인
시행령만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처벌 중심의 법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데이터 기반 번식 관리 정책, ▲들개·야생화 개체 관리 체계,
▲현실적인 번식 기준 정립, ▲동물복지 농장에 대한 지원 등의 시스템이다.
누군가를 악으로 만들어 해결하려는 방식은 결국 더 큰 문제를 낳을 뿐이다.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가짜뉴스 위에서 싸우는 것을
멈추고 현실 위에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그 출발점은 단 하나다.
“우리는 정말 사실을 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