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이 마당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를 마당에 묶어놨어도 돌아다니던 다른 개와 교배해 새끼를 낳는 바람에 주인도 모르게 개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렇게 방치된 개들은 유기견이 되고 들개가 된다. 동물등록도 거의 하지 않아 주인을 찾기도 힘들다.
예전 같으면 새끼 강아지들을 5일장에서 내다 팔거나 지인에게 입양 보냈다. 일부는 식용을 목적으로 팔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반려동물을 판매하려면 지자체에 등록을 하고 영업자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이를 모르고 동물을 판매했다가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기 쉽다.
또한 동물을 양육하는데 있어 책임의식이 높아지다 보니 과거와 같이 개를 선물로 준다고 덥석 데려가는 경우도 줄어들었다. 더욱이 우리나라 대도시는 아파트 문화다. 유기된 중·대형견에 대해 동정은 하지만 입양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개식용 문화도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라 식용으로 파는 일도 현저히 줄었다.
이래저래 애물단지가 된 개들은 방치 상태에 있다가 신고를 당해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으로 집계되기도 한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새끼 강아지들은 야생성을 지닌 채 그대로 자라면서 들개가 돼 농가에서 사육하는 닭을 사냥하거나 심지어 사람을 공격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최근 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되는 것이 인도적 개체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다.
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김재영 국경없는 수의사회 대표는 "봉사를 위해 보호소에 가 보면 80~90%가 마당개고 새끼가 연이어 태어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이 들어 유기동물 발생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지자체에 마당개 중성화 지원을 요청했고 여러 사람의 뜻이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의사들은 개들의 중성화 수술이 끝나고 암컷에게는 문신을 했다. 2번 수술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채혈을 한 뒤 심장사상충 검사도 했다. 수술이 끝난 개들은 회복을 위해 수액을 놔줬다. 수의대생들은 더운 날씨에 개들이 지칠까봐 연신 부채질을 해줬다. 마지막으로 동물등록을 함으로써 화룡점정도 찍었다.
견사를 지원한 오인석 좋아서하는디자인 대표는 "대문이 없는 집에서는 개를 잃어버릴 수도 있어서 목줄에 묶어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견사를 지어서 문을 만들어두면 개들의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 앞으로 많은 마당개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사랑받으면서 살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당개 중성화는 개들의 개체수를 조절하고 유기동물 발생의 근본 원인을 줄여준다. 하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얻기는 쉽지 않다. 사람에게 학대 받거나 다쳐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동물들은 미디어나 SNS에 자극적인 사진이나 영상이 올라왔을 때 주목을 받고 동물을 위해 후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당개는 이와 달리 전통적인 양육 방식에서는 학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큰 주목은 못 받는다. 주인이 있어서 세금으로 중성화 수술을 하려면 반대가 심하다. 중성화를 오히려 학대로 보는 사람들의 저항도 있다. 그러다 보니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동물구조119, 어웨어 같은 작은 단체만 관심을 갖는 상황이다.
또한 주인이 있는 개들은 반려동물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인 없이 길에서 떠돌아다니는 개들은 야생동물로 환경부가 각각 주관한다. 관리하는 정부부처도 다르니 간단한 정책 하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한 장관은 "시골에는 어르신들만 주로 계시니까 새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유기견이 생기고 들개가 된다"며 "사회 문제가 되는 들개들을 최소화하는 방법 중 하나가 마당개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중성화도 하고 동물등록도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많은 분들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꾸준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