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의료 말살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이 9월 2일(수)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렸다. 주최 측 예상을 뛰어넘는 3천 명 이상의 수의사와 수의대생이 전국에서 운집했다. 2011년 부가세 반대 집회 이후 최대 인파가 모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근조 동물 의료’, ‘대한민국 수의사 다 죽는다’는 구호를 연거푸 외치며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 전수 공개, 동물병원 진료 기록 공개 의무화의 일방적 추진에 맞서 투쟁을 선포했다.
수의사·수의대생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단체, 동물보건사들도 현장에 자리해 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3,071명이 참석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법안소위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해 통과시켰다.


우연철 회장 “일방적 규제와 부담,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
진료권 지킬 투쟁에 굳건한 수의사 연대 호소
우연철 대한수의사회장은 “회원들을 거리로 오게 만든 현실에 회장으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수의사들에게 이번 투쟁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역설했다.
우 회장은 “말 못하는 동물의 고통 앞에서 버틴 수의사의 삶은 치열하고 처절했다. 제도적 지원 없이도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며 세계적인 동물 의료 수준을 만들어냈다”면서 “묵묵히 소명을 다하면 사회도 언젠가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 믿었지만, 국회와 정부마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필요로 할 때는 전문직으로서의 공공성과 희생을 요구하는 반면 정작 수의사의 역할과 진료권은 정책 편의에 따라 이리저리 휘두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물 진료부 공개 의무화의 추진 순서가 거꾸로라는 점을 지목했다. 수의사 진료·처방 없이도 누구나 손쉽게 동물용 의약품을 구할 수 있는 국내 환경에서 진료 기록이 무분별하게 공개되면 자가진료와 동물용 의약품 오남용의 폐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우 회장은 “일방적인 규제와 부담은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겠다. 수의사의 전문성과 미래를 훼손하는 결정에는 단호히 맞서겠다”며 수의사의 사회적 소명과 정당한 진료권을 지킬 투쟁에 수의사 회원들이 굳건한 연대를 보여줄 것을 호소했다.


전국 18개 지부 수의사회를 대표해 연단에 오른 이승근 충북 수의사회장은 “40년간 수의 임상에 종사하면서 국가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정부·국회의 정책이 오히려 동물병원의 존재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이승근 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를 전수 공개해 저가 경쟁을 부추기고, 약사예외조항과 자가진료가 판치는 시국에 아무나 진료부를 요구할 수 있게 하려 한다”며 “미래를 위해, 수의사가 될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다 던져야 한다. 청와대로, 세종정부청사로 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성일 경기도 수의사회장도 자가진료의 실질적 금지, 약사예외조항 철폐를 비롯한 동물용 의약품 유통 체계 정상화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안전장치 없는 동물진료부 공개 의무화는 동물복지와 공중보건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진료 기록이 아무 안전장치 없이 공개되고, 수의사의 처방 없이 약을 구입하여, 자가진료가 더 늘어나면 약품 오남용과 항생제 내성이 더 심각해지고 그 피해는 동물과 보호자,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잘못된 제도가 바로잡힐 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투쟁을 외쳤다.

조정훈 의원 “합리적인 반려동물 진료 정책 위해 함께 투쟁”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서울 마포구갑)은 이날 집회 현장을 찾아 힘을 보탰다. 반려동물 진료보험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수의계에 관심을 지속해 온 조정훈 의원은 지난 2022년 부산대 수의대 신설 반대 집회 현장도 방문한 바 있다.
조정훈 의원은 “진료 기록 공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수의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해 합리적인 방식과 시기를 만들어가자는 수의사 분들의 주장은 타당하다”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국회 앞까지 오죽하면 나오셨을까 생각한다. 그 분노와 요청을 국민의힘이 잘 들어, 합리적인 반려동물 진료 정책이 만들어질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힘을 보탰다.

전국 수의대생 1,600명 운집
이날 집회 현장에는 전국 10개 수의과대학 재학생 1,600명 이상이 운집했다. 동물 의료환경을 위협할 규제에 예비 수의사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수의대생들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신재연 회장은 “작은 약물 하나, 사소한 처치 하나가 동물 환자의 생명에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배우는 예비 수의사로서 더 깊은 우려를 느낀다”고 말했다.
보호자의 알 권리, 동물의료의 투명성에 학생들도 공감한다면서도 진료부 공개 의무화 법 개정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제도적 구멍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재연 회장은 “국내 동물용 의약품의 94%를 약국에서 수의사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기형적 제도 속에 진료 기록이 무방비하게 공개되면, 무분별한 약품 오남용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며 “농장동물에서 안전장치 없이 유발된 항생제 내성은 국민의 식탁과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섣부른 입법을 멈추고 자가진료 철폐, 동물용의약품 유통 개선부터 선결해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