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성일 펫저널 발행인

반려동물이 느는 만큼 유기되는 동물들도 많아졌다. 전국 시도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반려동물이 넘쳐나고 그 중 절반은 살처분되거나 보호소에서 자연사한다. 통계에 의하면 25.1%는 자연사하고 20.8%는 안락사시킨다. 재입양률은 29.6%에 불과하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동물보호단체들의 동물보호 활동도 부각 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의 주요 동물보호 활동은 위기에 빠진 동물들을 구조하여 보호관리하고 재입양을 보내는 활동이다.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크고 작은 단체들이 300여 개 있으며, 구조 동물들을 보호하는 보호소를 겸하는 곳이 많다.

주로 비영리법인인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보호 활동의 모습을 영상이나 사진 등에 담아 후원금을 모집하여 운영한다. 후원자들은 단체의 활동 모습을 담은 홍보물을 온라인 등에서 보고 후원을 한다. 이같은 후원문화는 상대적 약자인 동물들의 생명 존중을 위한 아름다운 문화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후원에 의존해 운영되다 보니 후원금 모집에 손쉬운 방법에 집중한다. 주로 언론을 통해 이슈가 되는 사건 속의 반려동물들이 타겟이다. 이슈 속의 반려동물을 구조하기 위한 단체들 간의 싸움도 치열하다.

그런데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한다. 아니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생존 경쟁이니까. 문제는 후원된 후원금이 과연 이슈 속의 반려동물에게 쓰이고 있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후원금이 구조된 반려동물에 쓰이는 비율이 너무 작다는 점이다.

후원금 모집 방법도 문제

동물보호단체의 후원금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문제다. 학대 현장에서 처참하고 잔인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이나 열악한 환경의 보호소에서 지저분하게 방치되는 모습들을 온라인에 노출시킨다. 이것은 본 후원자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지갑을 연다.

지금도 유투브에는 그런 동물단체들의 활동이 적지 않다. 이는 사람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활용한 것이다. 후원자들은 영상에 노출된 당장 죽을 수도 있을 동물의 모습을 보고 슬퍼하며 그 동물을 살리기 위해 후원을 한다.

반면에 동물들이 이미 구조되어 치료되고 깨끗한 모습으로 보호되는 모습에는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똑같은 학대 현장, 유기 현장에서 구조되고 치료하여 보호하는 것임에도 후원 금액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들은 좀 더 불쌍하고, 좀 더 열악한 환경의 동물들을 노출시킨다.

치료비 후원을 요청하는 내용의 한 동물보호단체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사진은 기고내용과 관련없음).
치료비 후원을 요청하는 내용의 한 동물보호단체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사진은 기고내용과 관련없음).

후원금 모금 방법이 아쉽다

열악한 환경의 보호소(쉼터라고도 한다)를 운영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은 보호소를 도와달라는 후원 요청(환경개선, 사료, 치료비 등) 글을 심심찮게 홍보한다. 그러면 열악하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보호되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후원자들은 후원을 한다. 그런데 이후에도 해당 보소호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그 과정은 수년간 같은 패턴으로 지속된다.

예컨대 경기도의 A쉼터, B쉼터, 대전 C쉼터 등 전국의 여러 보호소들은 십 수년간 동물들이 고통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유명한 일부 단체들의 보호소들도 열악하게 보호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후원자들은 그들의 활발한 동물구조 활동을 보며 후원하지만 정작 구조된 동물들을 보호하는 곳은 폐쇄적으로 운영되며 구조된 동물의 이후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후원에 동원된 반려동물의 그 후의 모습이 보여주어야 후원인들에 대한 예의 아닌가? 그래야 또 다른 후원금 모금에도 수월하지 않을까? 더 적극적으로 ‘이랬던 애가 이렇게 됐어요’ 하는게 좋지 않을까?

그간 동물보호단체의 후원금 만을 노린 아쉬운 일은 여러 차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대표적인 것이 구조 동물들을 이용해 후원금을 받은 후 안락사시켰던 ‘케어 사건’이다. 너무도 유명한 사건이니 전후사정은 생략한다.

반면 넓고 쾌적한 환경의 보호소를 마련해 동물들을 보호하는 단체들도 많다. 깨끗한 견사와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한 단체들의 보호소는 한눈에 봐도 동물들의 표정부터 다르다.

이런 단체들은 돈이 많아 좋은 환경을 조성했을까? 아니다. 운영자의 생각 차이다. 정작 환경이 좋은 보호소를 가진 단체들은 후원이 적다. 밝고 건강한 모습의 동물들을 보고 ‘저 단체는 후원금이 많은가 봐’라며 후원은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열심히 구조하여 진심으로 동물들을 보호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단체를 이끌어 나가기 힘들다.

동물보호단체의 옥석을 가리자

예를 들자면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대표 임장춘)도 그렇다. 임 대표는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어느 날 방문해 보니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았다. 기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협회 내의 누군가가 귀뜸해 주었다. 운영비가 없어서 팔았다고...

훈련사 출신인 임 대표는 경기도의 여러 지자체에서 훈련 관련 강의를 한다. 모든 비용은 보호소에 투자된다. 그는 “구조한 후 비참한 모습의 반려동물을 보여주는 것이 싫다. 구조한 후 바로 케어하면 깨끗한 모습과 눈망울이 살아나는 모습이 된다. 그런데 왜 그럼 모습을 보여주기 않고 구조 당시의 모습 그대로 방치하며 불쌍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가. 후원금 모집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나는 그러기 싫다”고 말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후원자들은 후원금 모집에 동원된 동물들이 어떻게 관리되며, 어떻게 입양 보내지는가의 과정까지 관심을 가지고 확인하여야 한다. 또 보호소의 환경도 장소만 옮겼을 뿐 또다시 학대받는 환경이 아닌지 확인하여야 한다. 구조 후 알맞은 치료와 케어를 받으며 살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보호소 반려동물 50% 폐사는 업계의 손실

우리 업계의 기업 후원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홍보목적으로 유명 동물보호단체란 이유로 후원하기보단 기부금이나 기부물품이 동물들에게 온전히 쓰이는 제대로 된 ‘진심동물보호단체’인지를 확인하고 후원해야 한다. 나아가 후원금 모금을 위해 펫산업을 공격하는 단체 여부도 확인해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일부 펫산업 종사자들은 ‘어찌 되었건 반려동물 숫자만 늘어나면 되지, 어디에 있던지 살아 있기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이는 정말 모르는 얘기다. 이글의 서두에 밝혔듯이 구조견들 50%는 죽는다. 또 재입양은 30%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무시하고 숫자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 업계의 엄청난 손실 아닌가? 이제 우리 산업의 기업들도 똑똑한 후원자가 돼야 할 시기이다.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우리 산업을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