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가구 축소 정책, 내수시장 침체·성장동력 상실 초래
산업 선순환구조 타격 불가피…해외, 반려인 증가·산업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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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반려동물산업 시장 규모는 2017년 2조원에서 지난해 3조원 규모로 성장한데 이어 2027년까지 6조원 이상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펫산업의 급성장 배경에는 1인가구·고령화·코로나19 등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반려동물 양육인구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회 인식 변화, 펫테크 기술 발전, 정부·지자체의 지원·투자 등도 펫산업 성장 동력으로 평가된다.

반면 최근 들어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반려동물 매매제한, 동물 관련업의 허가제 전환 등 펫산업 규제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 감소와 이로 인한 펫산업 내수 시장 침체, 펫산업 성장 동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는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생명경시 풍조를 없애기 위해 반려동물 금전 거래를 금지하자는 주장이지만, 이로 인한 수요 대비 공급부족, 반려동물 음성거래와 매매 가격 폭등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선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하고 있다. 반려인은 1448만 명에 달한다.

반려동물 수도 급증하고 있다. 등록된 반려견 수는 2016년 107만여 마리에서 2020년 232만여 마리로 4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미등록까지 더하면 국내 반려동물 수는 약 600만여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반려인과 반려동물 수 증가는 반려동물 산업의 급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2조원 규모이던 국내 반려동물산업 시장은 지난해 3조원 규모로 성장한데 이어 2027년까지 6조원 이상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반려동물 매매 제한 또는 금지’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동물보호법 개정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법제연구원이 ‘국민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지만 펫샵을 통한 반려동물 매매행위를 유기동물 발생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정부의 시각은 유효하다.

유력 대권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또한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거래하다보니 유기동물 발생이나 개식용 등의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 5월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반려인들의 반려동물 취득경로는 ▲친지, 친구 등 아는 사람을 통해 무상 입양이 37.6%로 가장 많았고, 펫샵 등 동물판매업소가 23.7%를 차지했다. 유기동물 입양은 14.0%에 그쳤다.

펫샵 등을 통한 반려동물 매매 제한 또는 금지가 현실화 될 경우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는 23.7%는 새로운 유통채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또한 동물보호센터를 통한 유기견 입양으로 반려동물 유통경로를 단순화 하겠다는 정부의 시각은 수요 대비 공급부족으로 인한 반려동물 분양가 폭등과 음성거래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펫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국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의 약 73%가 소위 ‘마당개’라고 불리는 혼종견(잡종견)인 것으로 나타나 반려인들이 유기동물 입양으로 몰릴지는 미지수다.

이른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게 되면서 전체적인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 규모 축소는 물론, 반려동물 산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초래해 내수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지역 한 대학의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수출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인구수 부족으로 인한 내수시장의 한계 때문”이라며 “국내 반려동물 산업이 단기간 내에 급성장한데는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어나면서 소비가 활발해 지고 내수시장이 탄탄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어느 산업이든 국내에서 물건을 구매해 줄 소비층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성장하고 재투자를 통해 관련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국내·외 산업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서 한국펫산업소매협회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에 많은 의지를 하고, 진정한 가족으로 여기며 함께 한다”며 “국민들의 반려동물 입양을 어렵게 하고 억제하는 정책이 아니라, 더 많이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반려동물 산업성장의 원동력으로 반려인과 반려동물 수 증가를 꼽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67.0%(8490만여 가구)가 반려동물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가계 재정 개선과 밀레니얼 세대의 반려동물 소유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지난 5년간 제품 판매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미국의 반려동물(개, 고양이) 수는 2021년 1억9000만 마리에서 2026년 2억1300만 마리가 될 전망인 가운데 반려동물 제품 판매 시장 규모는 올해 211억 달러에서 2026년 233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반려견·묘 개체 수 또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중국의 반려동물 소유 인구는 174만명이 늘어나 총 6294만명을 기록했다. 반려동물 소비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 반려동물 소비시장의 규모는 2065억 위안에 달해 2019년에 비해 2% 증가했다.

전체 가구의 62%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호주의 2020년 반려동물 식품 및 용품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4.0% 증가한 47억3900만 호주달러다. 또한 향후 5년간 4.0%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강 기자 / 빠른 뉴스 정직한 언론 ⓒ펫헬스]